뜨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 뱃속을 데운다. 오랜 시간 푹 끓여 담백하면서도 진한 육수에 소머릿고기를 아낌없이 넣어 상에 올린다. 숟가락질 한 번에 몇 점이 올라올 만큼 푸짐하다. 시장에 나무나 찬거리를 팔기 위해 새벽부터 이른 길을 나섰던 이들이 허기진 속을 달랬던 맛이다. 포장 아래서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며 후루룩 들이켰을 터. 막걸리와 함께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좋은 값으로 송아지를 팔아 상기된 어느 가장의 자랑을 듣기도 했을 것이다. ‘예산장터국밥’에 스며든 풍경들이다.1926년 개
새벽녘 잡아올린 붕어에 고춧가루 양념을 얹어 1시간여동안 푹 쪄낸 예당붕어찜. 잔가시마저 부드럽게 씹히는 두툼한 생선살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돈다. 시래기와 함께 흰 쌀밥에 척 얹어 먹으면 별다른 반찬을 곁들이지 않고도 금방 한 공기를 비운다.물고기 손질부터 상에 나가기까지 손이 많이 가는 데다, 조리시간이 길어 어디서나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붕어찜은 지난 1964년 예당저수지가 완공된 뒤 어죽을 파는 식당에서 매운탕 등과 함께 메뉴에 올리며 널리 알려졌다. 잉어와 붕어, 뱀장어, 동자개(빠가사리) 등 여러 어종이
산과 들에서 난 봄나물로 차려낸 식탁에서 계절의 내음이 물씬 풍긴다. 천년고찰을 찾은 이들의 오감을 즐겁게 하는 ‘수덕사 산채정식’이다. 다양한 나물이 가진 고유의 향과 식감은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한다. 큰 대접에 밥을 넣고 고추장 한 숟갈, 참기름 한 방울 넣어 비벼도 좋다. 된장찌개를 한 술 떠먹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맛이다. 돌솥에 한 밥을 퍼낸 뒤 뜨거운 물을 부은 숭늉까지, 더할 나위 없는 건강밥상이다. 산나물은 채식을 하는 사찰에서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을 방문한 불자들에게 나물을
부드러운 식감에 한 번,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풍미에 또 한 번 놀라는 광시한우. 선홍빛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면 맛있는 냄새가 가득 퍼진다.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고소한 육즙은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깨소금을 살짝 찍어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취향에 따라 얇게 썰어 간장양념을 뿌린 양파나 기름장을 곁들이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정육점이 직영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신선한 생간과 천엽, 육사시미 등 생고기를 함께 상에 올리기도 한다.광시면소재지로 진입하면 600여미터 구간에 정육점과 한우식당 30여개가 줄지어
예산국수를 ‘후루룩’ 소리와 함께 빨아올리면 탄력있는 식감이 일품이다. 적당히 간이 된 면발은 육수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더한다. 일반 국수가락보다 쫄깃해 잘 붇지 않아 젓가락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변함없이 즐길 수 있다. 차진 면을 찬물에 헹궈 고추장 양념장을 넣어 비벼도 맛깔스럽다. ‘예산국수를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다른 국수를 못 먹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예산사람이라면 예산상설시장과 역전 근처에서 흰 국수면발을 대나무줄기에 나란히 걸어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손으로 직접 뽑아 햇살과 바람에 말리는 과정이다. 예산읍내 국수가
풍미 가득한 육즙, 부드러운 식감, 달달하고 짭짤한 그 맛에 감탄을 쏟아놓게 되는 음식. 귀한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을 때, 조금은 특별한 날에 찾는 음식. 바로 소갈비다.먹거리가 풍부하고 맛집이 많아 웬만한 음식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예산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양념소갈비는 무려 80년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전통과 깊은 맛으로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 사람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소복옥’ 목로서 먹던 맛 80년 지난 지금까지지금도 비싼 가격인 소고기,
예당어죽. 비싸고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한번 맛을 들이고 나면 칼칼하고도 고소하며 뜨끈하게 속을 채우는 그 맛에 계속 찾게 된다. 예산사람이라면 우리고장을 방문한 손님에게 ‘예산에 오면 이것은 꼭 먹어봐야 한다’며 어죽집을 데려간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비릴 것 같다’며 반신반의하는 상대가 한입 맛보더니 자세를 바로잡고 땀을 흘리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면, 왠지 모를 흐뭇함과 자긍심으로 뿌듯해진다.우리들의 어죽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청년들의 천렵 그리고 딴산옥
오동통한 돼지곱창을 잘 손질해 노릇노릇 구워 먹으면 쫄깃쫄깃 고소한 맛이 일품인 삽다리곱창. 씹을수록 고소함과 담백함을 자랑하는 곱창구이를 즐긴 후 얼큰하고 진한 곱창전골을 빼놓을 수 있으랴. 한껏 땀 빼며 비워낸 그릇을 만족한 얼굴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삽교사람뿐만 아니라 예산군민과 전국민을 매료시킨 삽다리곱창, 언제부터 즐겨먹기 시작한 것일까?돼지고기가 흔하지 않던 시절, 사람들은 곱창 등 부산물을 구하면 대부분 삶아 새우젓에 찍어 먹었다. 마치 요즘 순대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