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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무한천을 걸으며 

기사승인 2021.01.11  13: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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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신부의 예산살이, 낡음에서 빛을 보다>

엊그제 소한(小寒)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간밤 큰 눈이 내렸고 바람은 차고 매섭습니다. 눈 쌓인 강변이 보고 싶어 무한천을 걷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겨울 철새들은 얼지 않은 강변 물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저절로 군락을 이룬 갈대들이 서로의 몸을 비비고 있습니다. 

고요한 강변에서 들리는 것은 오리들과 바람에 우는 갈대뿐입니다. 그들은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소중함을 알고 있습니다. 

무한천의 한자는 ‘無限’입니다. ‘수량이나 정도의 한계나 제한이 없다’는 뜻입니다. 니편 내편 나누거나 가르지 않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일까요? 규격화하고 걸러내는 것에 익숙한 세상입니다. 이 무한한 생명의 물줄기는 오랜 옛날부터 삽교와 예당평야를 적셔주었습니다. 

이 무한천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요? 검색해보니 멀리 청양군 백월산 북쪽 계곡에서 발원한다고 합니다. 이 작은 물줄기가 예당저수지를 거쳐 삽교천과 만나고 아산만으로 흘러갑니다. 

큰 강의 시작도 하나의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물줄기가 다른 지류들과 합쳐질 때 비로소 큰 강을 이룹니다. 우리 삶의 여정도 그렇듯 함께 걷는 이들이 있을 때 우리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 해를 맞았습니다. 참으로 힘겨웠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을 더욱 벌려놓았습니다. 사회 관계망의 단절은 고독감과 우울함을 동반합니다. 불신과 증오의 정치는 진보와 보수로 굳어져 서로를 억누르려고만 합니다. 

강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맑은 물이 있으면 흐리고 탁한 물도 있습니다. 그 모든 물들을 넉넉한 품으로 받아 안습니다. 가야 할 길을 알기에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갈지언정 원망하거나 서로를 탓하지 않습니다. 

동지를 지나 길었던 밤들이 점점 짧아집니다. 봄이 오려면 아직도 한 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얼어붙은 강물 밑에서 여전히 물은 흐르고 대지는 새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죽음은 새 생명의 공간을 열어줍니다. 단절을 경험할 때 소통과 교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일 때 함께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미워하고 불신했던 낡은 모습들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합니다. 

성서 속 예수는 시간만 있으면 한적한 산에 올랐습니다. 홀로 있음으로 자기를 비웠고,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서 홀로 정진하는 수도(修道)의 삶 대신 산 아래 고통 받는 민중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운명처럼 정해진 삶을 살았습니다. 여전히 홀로 사는 것이 불편한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합니다. 이 고독한 시기에 어쩌면 잃어버린 언어와 마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소주 브랜드의 ‘처음처럼’은 쇠귀 신영복 선생의 붓글씨이기도 합니다. 그의 서체는 흔히 ‘어깨동무체’라고도 부릅니다. 글자 한 자로는 부족하지만 함께 모여 있을 때 서로를 북돋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편견과 배제를 버리고 무한한 품으로 주변을 품어 서해로 나아가는 무한천처럼 마음만큼은 함께 흘러갑시다. 

그의 짧은 시 한 편으로 새해를 엽니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강 언덕에 올라 흘러가는 강물에/ 마음을 띄웁니다. <신영복>

심규용 <예산성공회>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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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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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주민 2021-01-14 16:40:23

    지난해는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함과 50일이 넘는 긴긴 장마에 수해를 입고 모두 우울하고 힘든 한해였지만, 새해에는 바이러스도 종식되고, 넉넉한 마음들이 모여 더 밝고, 더 맑은 세상이길 소망합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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