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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기사승인 2020.11.16  13: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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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신부의 예산살이, 낡음에서 빛을 보다>

성당 앞 허름한 집에는 사람이 더는 살지 않는다. 몇 해 전만 해도 드나드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아마 돈을 벌러 타지로 떠난 듯 싶다. 낡은 함석지붕은 이제 고양이들 차지가 되었다. 쌓여있는 고지서와 낙엽들이 뒹구는 마당은 골목 풍경을 더 스산하게 한다.

빈집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무한정보> 기사를 보니 예산군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골목에 아이들의 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되었으니 예상했던 일이다. 전국 지방 도시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2020년 4월 기준으로 전국의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105개나 된다고 한다. 다양한 지자체들의 재생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인구의 절벽 앞에는 장사가 없다. 아이들과 청년들이 사라진 도시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의 빈집들을 지나칠 때면 이따금 그 안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다. 빈 장독대에서 된장을 푸고 있을 아낙네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배어있다. 검게 그을린 부뚜막에는 삶을 위한 고단한 저녁이 새겨져 있다. 자녀들이 떠난 집에서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마저 떠나게 되면 빈집의 가속화는 계속 될 것이다.

강운구라는 사진작가가 있다. 「강운구 마을 삼부작 그리고 30년 후」라는 그의 책표지가 인상적이다. 전라북도 장수군의 수분리라는 마을에서 30년 전 찍었던 사진에는 애를 들쳐업은 젊은 여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책의 뒷면에는 30년 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중년여인의 모습이 찍혀있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이지만 장성한 아이는 떠나고 없다. 아마 30년 후에 찍는다면 사람은 없고 빈집만 찍힐 것이다. 수분리라는 마을 자체도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지방의 소멸이 아쉬운 것은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숨소리와 이야기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진가 강운구는 책의 서문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사진은 슬프지 않다. 다만 사진에 화석 같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것들이 슬플 따름이다.”

가끔 성당에 방문한 사람들이 묵어갈 숙소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읍내에 방문객들이 묵어갈 숙소가 마땅치가 않다.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관광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군의 정책과는 반대로 숙박시설의 부재는 아쉬운 일이다. 이럴 때 늘어나는 빈집을 정비하여 곳곳에 여행객을 위한 셰어하우스로 운영한다면 좋을 것이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일본 역시 늘어나는 빈집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였다. 2년 이상 빈집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빈집 정비를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포함시켜 국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2018년에는 ‘주택숙박사업법’을 제정하여 호텔과 여관, 간이숙소 외에 일반 주택에서도 민박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이처럼 빈집들을 잘 활용하면 주민들의 관광수익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나아가 주거 취약계층과 귀농귀촌하려는 청년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빈집은 점점 늘어갈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방소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그 속도를 조금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특색사업을 통한 도시재생이나 마을 주민들에 의해 마을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도시와 마을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자발성이 필요한 이유는 인구문제는 지자체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대가 될 것이다. 더 따뜻한 인간애로 사람과 사람간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신뢰와 친밀감, 애착과 소속감을 높여 지역의 공동체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따금 지역에서 만나는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새로 정착하는 이주민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이유이다. 미래 지표들이 암울할지라도 포기하기엔 이르다. 이곳에서 살며 사랑하면서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심규용 <예산성공회>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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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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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주민 2020-11-16 18:21:24

    아기울음소리,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사라진 지역사회.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모여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타지에서 오셨지만, 예산에 대한 사랑이 넘치시는 신부님 같은 분이 예산군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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