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39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잿빛 공장 위로 쏘아올린 인문학적 상상력

기사승인 2020.09.14  13:39:17

공유
default_news_ad2

- <심 신부의 예산살이, 낡음에서 빛을 보다>

골칫덩이로 전락한 충남방적
공업유산을 어떻게 활용할까?

벤쿠버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런던은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우리도 상상력을 쏘아 올려보자

 

흰색 승용차가 낡은 적갈색 벽돌 건물들을 지나고 있다. 음산한 음악이 회색 빛 슬레이트 지붕들 위로 내려앉는다. 이윽고 차가 멈췄다. 차문 밖으로 보이는 황금색 하이힐. 붉은 코트를 입은 중년 여성이 내려선다. 건물을 힐끔 쳐다본 그녀는 이내 그곳을 향해 걷는다. 건물 입구에 도착하려는 찰나, “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여인은 순식간에 튕겨져 차에 부딪친다. 깨진 창문과 입구로 불길과 연기가 마구 솟구친다.

영화 <독전>의 한 장면이다. 스타급 배우들이 즐비하게 캐스팅된 이 영화는 2018년에 개봉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폭파 장면은 2017년 신례원 충남방적공장에서 촬영하였다. 마약 범죄를 추적하는 스토리를 담은 이 영화는 건물이 주는 음산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뜬금없이 영화이야기일까? 이 한 편의 씬(scene)을 통해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잿빛 공장에 대한 색다른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충남방적 예산공장은 1976년에 완공되어 2001년 폐쇄되기까지 예산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80~90년대 국내 최대의 면방직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90년대 창업주의 사망과 IMF를 거치면서 2002년에 매각되었다.

공장의 매각으로 이에 의존하던 지역 상권의 몰락과 침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역전을 제외한 주변의 허름한 상가와 주택들이 이를 대변한다. 무엇보다 지붕 슬레이트 노화로 인한 석면유출은 지역민의 안전과 예산군의 큰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대지 4만8000평과 빼곡히 들어선 공장 건물. 누구라도 재개발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더욱이 충남 최대의 슬레이트 지붕과 토양을 제거하기 위한 환경 복구 비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선거철이 되면 다양한 해법과 공약들을 제시한다. 대개 일반적인 접근들이고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간다. 대체할 기업을 물색한다 해도 환경적인 산업인지 따져보아야 할 일이고 공공기관을 이전한다고 해도 전국에서 유치를 희망하는 곳이 예산뿐이겠는가.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미 산업화를 먼저 경험한 유럽의 국가들은 과거의 공업 유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이들의 도시재생 패러다임은 삶의 질적 기준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왔다. 특히 문화예술을 재생의 주 동력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는 벤쿠버 항의 오래된 공장과 창고들을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프랑스의 파리 104 상카트르는 카톨릭 교구의 장례식장을 개조해 공유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도시의 명물이 되었다. 또 석탄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연 평균 5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영국 랭커셔 주의 퀸스 스트리트에 위치한 한 직물공장이다. 영국은 증기기관을 활용한 면방직의 기계화를 통해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894년에 세워진 이 건물에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동되는 증기방직기가 있다. 낡음이 전통이 되고 고물이 보물이 된 것이다.

이러한 해외의 문화 예술적 재생의 성공적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로 공장이나 주조장을 개조해 미술관이나 창작공간으로 만든 사례들이다.

충남방적 예산공장을 흉물이라 한다. 19년 간 방치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70년대 세워진 근대건축물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생산된 섬유들이 70~80년대 봉제산업을 통한 해외 수출의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여공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때론 의미가 상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곳에 한 시대를 풍미한 방적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랴. 또한 그 자체로 완벽한 촬영 세트장이 되어버린 공장건물을 떠올려보자. 문화에 굳이 산업이란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최근 한국의 드라마, 영화, K팝에 대한 세계적 열풍과 이를 통한 부가가치를 생각해 보자. 관광객들이 걸어서도 오갈 기차역과의 접근성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상상력. 낡은 것이 값진 것이라는 것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개발이 아닌 재생의 시대이다. 방직공장이었기에 제조업으로 연결시키려는 생각은 너무나 평면적이다. 제조업 특성상 환경오염이 불가피한데 예산의 관광산업과 공존이 가능할까? 오래된 것에 문화의 옷을 입히면 굴뚝과 분진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도시 계획을 주도하는 소수의 거인들에 비해 일반 소시민들은 무력한 난장이일 따름이다. 그러나 아래로부터 건져 올린 상상력의 힘은 창조적이며 무한하다. 그렇기에 담장 너머 거대한 잿빛 지붕 위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쏘아 올릴 따름이다.

심규용 <예산성공회>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nd_ad5
ad37
기사 댓글 4
전체보기
  • 군민 2020-09-19 12:52:02

    중요한건 여긴
    런던이 아니라 시골 촌 동네다.삭제

    • 1 2020-09-15 15:09:04

      먼저 예산군이든 충남도든 국가 든 해당 공장을 사든지 한 다음에 이런 글을 썼으면 좋겠다
      엄연히 공장주인이 있는데 뭘 어떻게 활용한다는 건가삭제

      • 옆동네주민 2020-09-15 12:57:09

        무한한 상상력이 현실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삭제

        • 구체적 제안을... 2020-09-15 06:42:29

          문화의 옷을 입히자고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문화의 옷을 입힌다는 구체적인 제안 하나 내 놓지 못한 글 입니다. 구체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재생하지 못한 안타까움은 예산서 오래살아온 사람일수록 더 큽니다.삭제

          default_news_ad4
          default_nd_ad3

          최신기사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예산군 읍·면 뉴/스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