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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

기사승인 2020.07.13  11: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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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신부의 예산살이, 낡음에서 빛을 보다>

나는 대전서 낳고, 자라서 여러 번 밤차 타고 도망쳐봤으나/ 종내 대전서 밥 벌고 혼인하고 아이 키우며 가끔 새벽차에 막 돌아 온 낯선 얼굴로 가로에 서면/ 큰길 뒤 잊혀진 골목 보이고 거기 묵은 이발소나 사진관, 목욕탕이 그대로 있으면 마음 환하고 애처롭고 쓸쓸한 어느새 쉰/ 내가 등짐 져 지은 무수한 집들 헐리고 다시 새집 들어서도록 나는 여기서 꼼짝없이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중이다.

- 이면우 <대전>

이따금 신명유치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있다. 어릴 적 다녔던 유치원이라며. 대개 중년을 훌쩍 넘긴 사람들이다. ‘수구지정’(首丘之情)이라 했던가. 대도시에 나가 살다가도 죽으면 고향에 묻히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인가보다.

급속한 산업화 시대에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예산도 농촌지역인지라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났을 것이다.

여전히 유치원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 것일까? 엄마 손에 이끌렸던 이야기를 하는 황혼의 얼굴에서 그리움이 묻어난다. 고향이란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그런 곳이다. 고향은 떠나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며 살아왔다. 그 이면엔 성공과 출세를 향한 신념이 자리한다.

얼마 전 타계한 세계적 영화음악 감독이었던 엔리오 모리꼬네가 참여한 ‘시네마천국’이란 영화가 있다. 주인공 청년 토토에게 정신적 멘토였던 알프레도는 말한다. “한 번 이곳을 떠나면 아주 오래 있다가 와야 한다. 다시 돌아온다면 정든 땅과 고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지에 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고향은 언젠가 돌아가야 할 영혼의 안식처였다. 다만 고향에 다시 돌아왔을 때 정든 땅과 고향을 느낄 만한 것들이 과연 남아있을까?

주인공 토토가 영화관 영사기사였던 알프레도와의 추억을 이어주는 공간은 당연히 영화관이었다. 30년이 지나 다시 고향을 찾아 그 낡은 영화관이 헐리는 것을 보면서 토토는 말할 수 없는 긴 상념에 젖는다. 기억을 담고 있는 장소는 공간을 넘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예산에서는 읍내에 있었다는 중앙극장이 아마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영화간판 화가들의 그림과 오징어와 쥐포를 구워먹던 추억들도 건물의 해체로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다.

익숙했던 고향의 풍경도 나이를 먹는다. 기억 속 골목과 가게들이 사람과 함께 낡아간다. 도시도 유기체 같아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아쉬움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체되어왔다.

여전히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공간이란 한 세대의 기억의 공유이며 그 해체는 동시대를 살아온 공통된 기억의 소실이기도 하다.

 

ⓒ 무한정보신문

충남고속 정비창고를 둘러본다. 1960년대에 충남 최초의 1급 정비공장이었던 이곳은 50년간 지역의 미래를 밝혀왔다. 정비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들던 찬란했던 영화를 뒤로 한 채 먼지와 함께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제 그곳에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을 짓는다 한다. 도시의 미래가 염려스럽던 차에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다만 해체되더라도 작은 기념비나 건물을 상징할 수 있는 표지석 하나쯤 세워주기를 바라본다. 기억의 가치는 부동산 가격으로 매길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래된 도시의 개발은 더욱 신중해야 할 이유이다.

 

ⓒ 무한정보신문

지역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추억들이 담긴 공간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을 담담히 바라보는 것이다. 혹은 친구의 주름진 얼굴을 통해 세월을 흐름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고향삼아 살아가는 나 같은 낯선 이들과도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렇게 도시도 낡고 헐리며 새로운 창조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시인은 말한다. “나는 여기서 꼼짝없이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중”이라고.

심규용 <예산성공회>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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