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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 ‘고속’ 시티

기사승인 2020.05.11  10: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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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신부의 예산살이, 낡음에서 빛을 보다>

예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는 어디일까?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대흥 슬로시티라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뒤편엔 아름다운 봉수산과 백제부흥운동의 본거지였던 임존성이 있고, 앞에는 너른 들판과 예당저수지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의 역사가 녹아있고, 느린 꼬부랑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좋은 산책길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 관광으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대흥이 지닌 잠재적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슬로시티에 고속도로를 놓자는 그 창조적 생각을. 슬로시티라는 역사적 운동과 철학에 반하는 이 해괴한 계획은 고속도로가 지역을 발전시켜줄 것이라는 근대적 믿음에 기초하고, 관광객 유치라는 축복의 논리로 정당화되었을 것이다.

‘여행은 되도록 국도로’라는 내 신념은 이 거대한 발전신앙 앞에 영세하기 그지없다. 이 믿음에 던지는 작은 돌멩이 같은 역사적 두 장면을 소개해본다.

장면 하나, 1909년 2월 이탈리아 작가 마리네티는 프랑스 신문 「피가로」에 ‘미래주의 선언문’이라는 글을 발표한다.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낡은 과거를 폐기하고 근대화에 대한 찬양, 자연에 기반을 둔 삶보다는 기계를 중심으로 둔 삶의 방식을 지향, 기계와 도시의 빠른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 과학기술과 기계의 빠른 속도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더 나아가 전쟁과 폭력을 통해서라도 구질서를 재편해야 한다고 하였다.

역사적 장면 둘, 그로부터 90년이 지난 1999년 10월, 이탈리아의 몇몇 시장들이 모였다. 이들은 ‘느리게 살자’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한 ‘치타슬로’(Cittaslow)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운동은 빠르게 살아가는 도시민의 삶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친환경적인 슬로푸드 농업과 로컬푸드를 생산 소비하며, 지역의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 슬로시티 운동은 전 세계 30개국 228개 도시로 확대되었고 2009년 우리 예산의 대흥도 그 중 하나가 되었다.

마리네티의 미래주의 선언에서 이탈리아의 치타슬로운동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는가. 물론 마리네티의 미래에 대한 낙관과 빠름에 대한 예찬은 그 나름의 결과를 만들어 내긴 했다.

 

출렁다리를 놓기 전 대흥슬로시티 전경.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이정호

20세기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전쟁을 두 번이나 겪었고, 기계 문명의 발전이 가져온 생태계의 파괴와 기상이변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의 공장이 쉬게 되면서 깨끗해진 지구의 대기와 인간이 점령한 자리에 각종 동물들이 자유를 누리는 역설을 마주대하고 있다.

빠름을 미덕으로 삼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산업기반이 전무한 나라에서 빠름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산업화는 성공했지만 무분별한 개발은 후유증을 남겼다.

자연과 함께 공존했던 집들은 석면 슬레이트로 대체되어 우리 성당 창고에도 얹혀있고,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은 지금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정보통신 강국의 이면에는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의 좌절과 긴장과 압박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탄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는 이미 빠름의 문화에서 느림과 성찰의 시대로 가고 있다. 그것은 침착하고 차분하며 수용적이고 기다릴 줄 아는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좁은 국토에 수없이 건설되고 있는 고속도로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근대적 욕심의 산물이다.

그로 인한 마을의 해체와 심리적 위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생태계의 단절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해마다 로드 킬을 당하는 수많은 들짐승들은 인간만의 미래를 죽음으로 경고하고 있다.

예산군은 2020년 ‘슬로시티 예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대흥을 넘어 예산군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대흥고속시티’가 과연 그 시작일까?

심규용 <예산성공회>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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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전체보기
  • 말꽃 2020-06-01 02:58:57

    가보고 싶은 동내네요..삭제

    • 조성완 2020-05-17 06:53:40

      대흥슬로시티의 고속도로 관통은 지하토널로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다행이죠.삭제

      • 최운수 2020-05-13 21:53:40

        아름다운 대흥면 잘보존되고 도시와 상생하는 멋진 예산군 대흥면이 되었으면합니다삭제

        • 예산주민 2020-05-11 18:41:21

          유네스코에서 인증한 슬로시티 대흥은 예산군의 가장 오래된 유물 매장지로 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천년이 훌쩍 넘은 이 오랜 마을에 고속도로를 관통시켜 어떻게 슬로시티 예산이 될 수 있는지 저도 이해가 안가네요 신부님!
          1월부터 예산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아 연재해주시는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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