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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그 종소리

기사승인 2020.03.09  14: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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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신부의 예산살이, 낡음에서 빛을 보다>

“예당저수지가 아름답고요. 더 가면 형님먼저 아우먼저 마을도 있어요. 읍내서 밥 먹고 거기로 가볼까요?”

작년 나의 단골 멘트.

성당이 다시 문을 열었다니 전국의 성공회 교회들이 격려 차 많이도 방문해주었다. 문제는 관광도 겸해서 오셨기에 관광 홍보대사 노릇을 해야 할 판, 그렇게 출렁다리 전문가도 되었고, 임존성 흑치상지와는 막역한 사이인양 야매 해설을 겸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던가! 성당 앞 향천사 가는 길을 교우들과 함께 산책해보니 이처럼 아름다운 산책길이 또 있을까. 초입의 느티나무를 시작으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니 약수터도 있고 더 올라가니 작은 연못도 보이고 단풍나무들과 은행나무들은 또 얼마나 그리 아름답던지. 내 눈은 마음은 그 산책길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래, 이곳이 예산 관광 1번지구나”

볼거리도 많은 예산이라지만 이 소박한 산책길이 내 눈엔 감춰진 보석과도 같다.

막다른 길을 돌아 폐가 몇 채를 지나 다시 내려오면 모두가 다 아는 향천사. 모름지기 예산에서 학교 나온 사람들은 한번쯤 이 곳으로 소풍 왔을 것이 분명할 터, 이 유서 깊은 절에 홍보대사도 대사랍시고 대웅전 앞에서 종교인의 예를 표한다.

2017년 신명유치원이 문을 닫았을 때 다수의 원아들이 향천유치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그 유치원도 문을 닫았다니 어찌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으랴.

 

번성했던 도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지나간 시절을 아쉬워한다. 그 아쉬움이 비난과 날선 비판도 되지만 태어나 자란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임을 누가 모르리. 도시도 생명과 같아 끝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천년 넘은 이 사찰은 그 오랜 시간을 다 기억하고 있을 테지. 이 계곡과 읍내에 수많은 집들이 지어졌다 헐리는 것을 지켜봤을 게다. 번성했던 시절이 있으면 쇠퇴하는 날도 오는 법, 남은 자들이라도 서로를 보듬고 오롯이 살아갈 일이다.

사찰 옆 한 편에 범종이 자리하고 있다. 멀리 읍내를 향해 아침과 저녁으로 울리는 부지런한 종소리. 새벽 미명에 들려오는 그 종소리는 삶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묻는다. 또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 삽을 씻어야 할 시간에 저녁의 안식으로 인도하는 안내자도 되어준다. 그 오랜 세월 하루도 거르지 않았을 저 종소리에 하루와 천년이 함께 담겨져 있다. 그 소리에 귀를 씻고 마음도 씻는다.

 

교회도 전통적으로 하루에 세 번씩 종을 쳐왔다. 그 시간에 맞춰 기도하는 것을 천주교나 성공회에서는 ‘삼종기도’(Angelus)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니 정작 성당 종탑에 종이 몇 년째 떼어져 있다. 하긴 새벽마다 종을 울렸다간 이웃들에게 큰 민폐가 될 테니 아예 떼어놓았나 싶다. 올해는 종탑을 보수해야지. 가끔 향천사 범종에 화답이라도 해줘야겠다.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 있는 법, 크기와 규모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근대화란 이름으로 헐려나간 옛 건물이 하나 둘인가. 이 소박한 산책길과 오래된 사찰은 낯선 이의 시각에선 큰 자산이다. 익숙해져 보거나 듣지 못할 뿐, 그렇게 무뎌진 시각과 청각을 열어 주위를 살필 일이다. 때론 낡음이 빛이 된다. ‘그 길’과 ‘그 종소리’가 그러하듯.

심규용 <예산성공회>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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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전체보기
  • 아모스 2020-03-10 08:27:07

    참 좋은 곳에, 좋은 분들과, 좋은 신부님이~
    감사한 기사입니다.삭제

    • 길위에서 2020-03-10 07:21:04

      등하불명이란 4자성어가 맞는 말입니다.
      늘 접하고 사는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감성을 아름답게 보아 주시니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길입니다. 앞만 보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 보면 정말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의 길입니다. 그리도 다다른 곳은 산사의 고요함이 마음까지 차분하게 해주는 그런 산책길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삭제

      • 처음처럼 2020-03-10 06:56:31

        20여년전 아무 연고도 없는 예산에 남편만 보고 내려와서 가끔 걷던 길이네요. 신부님 글 읽으며 잊고 있던 신혼시절에 걷던 산책길 풍경이 생각납니다. 사시사철 매력적인 곳이지요. 이번 주말에 마스크 쓰고 한번 걸어봐야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신부님!삭제

        • 배현미 2020-03-10 03:17:38

          향천사 가는 길 펼쳐봅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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