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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기사승인 2019.09.26  13: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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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나누어지지 않은 혼돈 속에서 돌연 번개와 천둥이 일어 불기둥이 솟구쳤다. 그리하여 빛과 어둠과 소리가 생겨났다. 한동안 거세게 타오르던 불꽃이 서서히 잦아들고 식어가면서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물 속에서 나는 태어났다. 이따금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름다운 바깥세상을 동경하며, 희미하고 따뜻한 물 속에서 헤엄치는 한 마리 물고기였다 나는.

그리고 어느 날 파도만이 철썩이는 바닷가에 너는 버려졌다. 물 속에 있을 때 너는 자유를 꿈꾸었지만, 뭍으로 올라온 너는 한 그루 나무일뿐이다. 한 편으로는 하늘로 가지를 뻗어 안타까운 비상의 몸짓을 계속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뻗어 물줄기를 찾아 헤맨다. 잎과 열매가 무성할수록 더 많은 물을 빨아올려야 하고, 그것을 탐하는 벌레와 짐승도 늘어난다는 것도 모르는 채, 더 많은 잎을 피워 올리고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애태운다.

그렇게 우리는 늙어간다. 바로 곁에 있는 것을 멀리 있는 듯 그리워하면서, 혹은 있다고 생각하는 없는 것을 쫓으면서, 어깨를 짓누르는 공기의 무게에 신음하면서 우리는 간다. 질병도, 시름도, 권태도, 시간이란 사슬도 없는 천국을 향해...... 길고도 짧은 세월동안 걸어서, 또는 뛰어서 결국은 누구나 도달하는 無를 향해......


 
# 이 시는 같은 제목을 가진 폴 고갱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림을 보고나서 곧바로 쓴 것은 아니고, 나의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긴 시간이 흐른 뒤에 표출된 것이다. 설혹 그림을 보지 않았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고민해보는 주제일 것이다. 제 1연에서는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탄생과정을 담았다. 제 2연은 인식에의 눈뜸과 욕망의 이율배반을 그린 것이다. 제 3연은 보이지 않는 중압감이나 시간의 속박 등 삶의 힘겨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주나 인간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길어야 100년인 개개인의 일생은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주관적으로 볼 때는 한없이 지루하고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박연상 <출향인, 서울 거주>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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