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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구조센터와 봄

기사승인 2018.03.12  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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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균과 야생속으로>

소소하고 차분한
그러나, 폭풍전야

여름 번식기 되면
야전병원될 센터
하루 20마리 넘게 구조
몸도 마음도 힘들겠지

현실 부정하며 붙잡는 봄

봄을 노래하는 청개구리. ⓒ 김봉균

바야흐로 봄입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긴 하지만 낮에는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죠. 이불 밖은 위험하다면서 겨우내 집에 머물다가 부산스럽게 봄맞이를 준비하는 우리처럼, 야생동물도 굴 안에서 곤히 겨울잠을 자다가 봄이 오면 드디어 밖으로 나와 활짝 기지개를 폅니다.

봄은 이처럼 모든 생명이 꿈틀대며 움트는 계절입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먹이를 찾아 나섭니다. 반대로 겨울 동안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큰고니와 독수리 같은 겨울철새들은 북쪽으로 이동해 자취를 감춥니다. 물론 그 자리를 저어새, 파랑새 같은 여름철새가 찾아와 다시 메우기 시작하죠. 그 교차점이 되는 시기가 바로 봄입니다. 덕분에 가장 다양한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에게 봄은 번식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짝을 맺기 위해 갖은 치장을 하고, 끊임없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릅니다. 그렇게 짝을 찾은 동물은 새끼를 안전하게 길러낼 보금자리를 만드느라 분주해지죠. 보통 나뭇가지, 흙, 다른 동물의 털 따위를 이용해 둥지를 짓습니다. 봄이 활기차게 느껴지는 것은 야생동물의 이런 모습 덕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냥 활기차고 평화로워 보이는 그 모습 뒤에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짝을 차지하기 위해선 목숨을 각오로 싸워 이겨야 하고, 애써 만든 둥지를 호시탐탐 노리는 녀석들로부터 눈을 부릅뜨고 지켜내야 합니다. 활기차고 포근하게만 느껴졌던 야생의 봄은 녹록치 않은 삶의 연속이죠.

야생이 그러하듯, 야생동물구조센터의 봄 역시 마냥 평온하지는 않습니다. 겨울을 거치면서 망가진 시설을 보수하고, 동물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설치했던 온열기구를 제거합니다. 봄을 맞이한 구조센터는 소소한 일을 해 나가며 차분한 시간을 보내지만, 동시에 무거운 긴장감이 감돕니다. 마치 폭풍전야 같다고나 할까요.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여름이 찾아오면, 본격적인 야생동물 번식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사고를 겪어 어미를 잃은 새끼 동물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 수가 만만치 않게 많거든요. 그런 녀석들을 감당하려면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리부엉이를 시작으로 삵, 너구리, 황조롱이, 소쩍새, 고라니 같은 새끼동물이 센터를 가득 채우게 될 테니까요. 말 그대로 야전병원이 됩니다.

새끼동물을 돌볼 때 필요한 분유와 다양한 먹이, 급여용품 등 여러 가지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체력을 비축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여름에는 하루 동안에만 20여 마리가 넘는 동물을 구조해야 하는 날도 많은데, 그럴 때는 몸도, 마음도 무척이나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녀석들을 돌보는 입장에서는 마냥 구조하고 살려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야생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신경 쓸 것이 정말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또 새끼 동물은 무척이나 연약합니다. 면역력도 낮고요. 그러다 보니 가벼운 장염이나 감기 정도로도 갑자기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돌보던 녀석이 한순간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녀석들을 돌보던 직원들은 무거운 무기력감에 사로잡힙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는 거죠.

야생동물구조센터의 봄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곧 다가올 현실을 애써 부정하면서, 억지로라도 봄을 붙잡으며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말이죠.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yes@yesm.kr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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